나카자키쵸의 카페거리, 아늑한 살롱 드 아만토
오사카 여행 / 나카자키쵸 카페거리 / 살롱 드 아만토 / 밀크티
혼자 여행을 다니다보면 '쉼'의 중요성을 잊기 쉽다.
무언가를 눈에 담기 바쁘고,
어느 한 곳에 가면 그 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즐길 여유도 잊은 채 다음 장소는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보통 혼자 여행을 가면 구체적인 여행계획을 짜게 되지는 않는다.
내가 가고 싶은 곳, 발 닿는 곳을 가면 되니까.
일어나면 그날의 기분에 따라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
아무도 무어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래서 늦잠도 자고, 여행 속도도 한없이 느려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혼자 다니면 다닐수록 여행의 속도가 더 빨라졌던 것 같다.
여기까지 와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지 조금이라도 시간을 흘려선 안되지,
그걸 안 보고 갈 수야 없지,
하는 생각에 항상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여행 초반에는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을 소화하다가,
3일째쯤 되면 꼭 병이 난다.
발이 부르트거나, 무릎이 아파서 걷지 못할 지경이 되거나, 몸살이 나서 뻗어버리거나 하는 일이 꼭 일어난다.
제대로 끼니를 챙겨먹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몇 번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여행 다니며 카페는 나에게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었다.
필수라는 단어도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당연한 것이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쉬지 않는 나를 강제로라도 쉬게 할 공간이 필요했다.
여행 스케줄에는 중간쯤 항상 카페를 넣었다.
오후 시간쯤 들이키는 카페인과 달달한 빵은 좋은 충전제가 되는 데다가,
유심이나 포켓 와이파이를 몰랐던 시절에는
카페의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다음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찾으며 쉬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선 혼자가 아닌 둘이라 예쁜 카페에 가보고 싶었다.
오사카의 나카자키쵸에 카페 거리가 있다고 해서 검색을 해서 찾아갔던 곳. 살롱 드 아만토.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져서, 오사카성을 들렀다 갔더니 이미 밤이 되어버렸다.
나카자키쵸의 특색 있는 분위기를 느끼지 못해서 좀 아쉬웠다.
여기에서 필름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는데.
찾아가는 길에서 찍었던 나카자키쵸 거리.
살롱 드 아만토의 입구에는 덩쿨식물이 주렁주렁-
한 쪽 벽에는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인테리어랄만한 게 없다.
엄청난 빈티지스러움.
벽을 신문지로 마감한 곳이 있었는데, 한 20년 전 신문이었던 것 같다.
화로에 올려진 주전자.
너무 아늑한 분위기라 좋았다.
이 날 너무 추웠는데, 여기 들어오니까 공기도 따듯, 분위기도 아늑, 맛있는 냄새까지 나서 정말 너무 행복-
지금 보니 주류도 선반 가득이네, 몰랐다.
메뉴판에 영어도 적혀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밀크티랑 커피를 주문.
커피에 설탕과 프림이 따로 딸려나왔고, 밀크티도 설탕이 따로 나왔다.
개인의 취향에 맞게 조절해서 먹을 수 있도록.
사실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맛보다는 쉬어갈 공간과 온기가 필요했던 시점이어서
나에겐 딱 좋았던 곳.
식사류도 판매하고 있는 것 같다.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카레 냄새가 카페 안에 퍼지니까 더 아늑한 느낌.
온몸이 노곤노곤해져서 살짝 졸았다.
다음에 가게 되면 나카자키쵸 거리도 구경하면서 사진도 많이 찍어야지.
여름의 살롱 드 아만토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겨울에는 추위에 얼은 몸을 녹이기 딱 좋은 공간이었다.
'travel > osaka 1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사카 여행 / 야키니쿠의 진수, 마츠자카규 야키니쿠M (0) | 2018.07.21 |
---|---|
오사카 여행 / 오사카에서의 미놀타 x-700 (1) | 2018.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