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 패스는 필수일까?
오사카여행/주유패스/오사카교통/오사카성/천수각/우메다공중정원/오사카야경/헵파이브관람차
나는 MBTI 검사를 하면 INFJ와 INFP가 번갈아서 나온다.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J 같은데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P 스러운 습성이 있어 나도 내 자신이 헷갈린다. 특히 여행을 갈 때는 파워 P가 된다.
여행 준비를 할 때 보면, J인 훈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잘 때까지 분 단위로 계획을 짜는 스타일인데 P(?)인 나는 항공과 숙박만 예약하면 나머지는 되는 대로 다니는 스타일이다. 그런 경우에 보통 P는 J가 가자는 대로 군말 없이 따라다니기 때문에 좋은 여행친구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 오사카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J의 면모를 보여야 할 것 같았다.
8년만에 엄마와 둘이 가는 여행이라 준비 안 된 모습을 보이면 엄마가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짧은 여행이라 즉흥적으로 다니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나름 시간별로 계획을 짰는데 주유패스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준비할 시간도 여유도 없어서 가고 싶은 곳을 정해놓고 계획을 짰다기 보다는 주유패스를 구입해놓고 패스로 갈 수 있는 곳들을 다니는 형태로 계획을 짰다.
우선 오사카나 간사이 지방을 여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패스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사카의 많은 볼거리들을 관람하거나 입장할 수 있게 해주고 교통 패스까지 지원하는 게 바로 주유패스.
주유패스로 입장 가능한 곳들 보기
👇🏻
https://www.osp.osaka-info.jp/kr/facility/free
이번 여행은 3박 4일이기는 한데 첫 날이 점심 비행기고, 마지막 날도 일어나자마자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 스케줄이라 이틀과 저녁 반나절 일정이었다.
첫 날은 주변 구경 후 숙소에서 쉬고, 둘째날은 오사카, 그리고 셋째날 교토에 방문하기로 대략적 일정을 잡았기 때문에 주유패스는 1일권으로 구입.
인터넷에서 가장 저렴한 곳을 찾다가 와그에서 구매했다.
(광고아님)
👇🏻
https://www.waug.com/ko/goods/121608
주유패스로 갈 수 있는 곳들 중에 일단 지난 번에 못 갔던 우메다 공중정원과 헵파이브 관람차를 꼭 타고 싶었고, 필수로 들러야 할 오사카성도 넣고-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있었으면 도톤보리 리버 크루즈나 동물원도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엄마의 체력을 고려해서 패스.
여행하고 지칠 저녁에는 온천으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계획 상 들릴 곳들의 입장료를 따져보면 아래와 같다.
오사카성 천수각 - 600엔
오사카성 고자부네 놀잇배 - 1,500엔
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 전망대 - 1,500엔
HEP FIVE 관람차 - 600엔
천연온천 나니와노유 - 850엔
이렇게만 해도 총 5050엔.
추가로 지하철 몇 번 타면 (구간당 대략 230엔이었던 것 같다) 1000엔 훌쩍일 테니 인당 하루에 6000엔 (대략 6만원)으로 잡으면 되는데 주유패스는 25000원 정도이기 때문에 50% 넘게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삶...
미리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을까. 일본은 연말연시가 골든 위크이다. 오사카성에 12월 29일에 방문했는데 정월이라고 천수각 휴무인 것… 당연하게도 고자부네 놀잇배도 못 탔다. 생각해보니 지난 번 오사카 방문도 연말이었는데 그 때도 천수각이 휴무라 입장 못 했던 게 생각났다. 하아😮💨
오사카에 두 번 왔는데 두 번 다 천수각 내부는 들어가보지도 못하다니.
엄마는 대망 팬이라 내심 기대하셨던 눈친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천수각을 보여드리지 못해 속상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오사카성은 여전히 예뻤다.
오사카성 꼭대기를 까마귀 무리가 계속 맴돌고 있었는데
왠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던.
여행하는 내내 맑았던 날씨. 바람이 불어 춥긴 했지만 3박 4일 내내 이렇게 맑은 하늘을 계속 볼 수 있어 럭키였다.
오사카성 주변만 둘러보고 천수각과 고자부네 뱃놀이를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 목적지는 헵파이브 관람차. 헵파이브 관람차 역시 주유패스로 탑승 가능하다.
나는 어딜 가든 높은 곳에 올라가서 도시 전경을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파리에서는 개선문과 노트르담 성당, 몽마르트르 언덕을 올랐고, 부다페스트에서는 겔레르트 언덕을 올랐다. 뮌헨에서는 신시청사 전망대에 올랐고 뉴욕에서는 록펠러 센터를 올랐다. 편하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도 있었지만 오래된 유럽의 건물들에서는 좁고 끝없는 계단을 올라야 했는데, 다 오르고 나서 보는 도시의 야경이나 전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황홀했다.
엄마는 런던아이를 얘기하셨다. 8년 전에 엄마와 갔던 런던과 파리. 그 때의 추억과 기억이 지금의 엄마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또 가면 참 좋을텐데.
헵파이브에서 내려다 본 오사카는 참으로 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서울 면적의 1/3밖에 되지 않는다.
크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주변에 산이 별로 없어 시야가 끊기지 않고 아주 멀리까지 내다보이는 게 그 이유이지 않을까. 날씨가 좋아서 어찌나 다행이었던지.
엄마가 무서워하시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무서워하지 않으셨고 관람차는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한 바퀴 더 타고 싶었다는.
헵파이브에서 15분쯤 걸으면 우메다 스카이빌딩이 있다.
구글 지도에서 보면 길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이게 뭐지 싶은데 우메다 일대가 전부 공사 중이라 길이 없다. 사람들의 물결을 타고 따라가다 보면 우메다 스카이빌딩이 나오니 몸을 맡기고 따라가면 된다.
이렇게 아래에서 보면 사우론의 눈이 생각나기도 하고.
오사카에선 어딜 가나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공중정원 대기줄은 진짜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나처럼 선셋을 노리는 사람들이었을까? 줄을 서 있다 보니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어.
요즘 일본 여행 많이 온다더니 진짜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국인이 많았다. 그리고 전에 왔을 때보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한국어 관련 서비스가 (더) 발전한 듯.
해 지는 시간 맞춰서 올라갔는데 어떤 진상 커플이 사진 수백장 찍느라고 안 비켜줘서 진짜 예뻤던 석양 모습을 많이 담지는 못했다.
뒤에 사람들 줄이 길게 서 있는데도 꿋꿋하게 사진을 찍던 그들… 확인하고 다시 찍고 확인하고 어떻게 찍으라 오더를 내리고. 남자가 좀 불쌍했다.
모르고 내려갈 뻔 했는데 옥상으로 올라가니 창문이 없어서 더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줄 알았으면 석양이 있을 때 올라와 볼 걸.
오사카성 가기 전에도 쿠로몬 시장과 오렌지 스트리트를 들렸던지라 저녁까지 이어진 일정에 너무 피곤했다.
무려 3만보를 걸었...
춥고 바람에 시달리고 발도 아프고.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온천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나니와노유 온천까지 가는 교통편도 마땅치 않고 (지하철역이 없어서 버스를 타야 했음) 온천까지 가는 게 더 피곤할 것 같다고 하셔서 급 한큐백화점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덕분에 엄마의 예쁜 플플을 겟!
역시 이세이 미야케의 나라답게 컬러도 많고 종류도 많았다. 인기 컬러는 많이 빠진 상태였지만, 이 코발트 블루 컬러 상의가 완전 찰떡.
결국 주유패스의 뽕을 뽑지는 못하고 끝이 난 오사카 1일 일정.
오사카성 천수각 - 600엔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 전망대 - 1,500엔
오사카성 고자부네 놀잇배 - 1,500엔
HEP FIVE 관람차 - 600엔천연온천 나니와노유 - 850엔
지하철 4회? - 대략 1000엔
총 3100엔.
주유 패스를 25000원 정도에 샀으니 손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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